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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기사를 읽은 흔적

우리에게 최선의 선택이었던 고시원이 우리에게 준 답은 '앗아감'이었다

by HEe_토목쟁이 2022.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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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네모 안의 점
작은 네모 옆면을 다 채우는 선

고시원에 앉아 공부하는 사람
고시원에 누워 잠든 사람

고시원 혹은 고시텔에 살아본 사람은 아는 답답함
그 답답함에 익숙해져 가는 자신
그 현실의 초라함


본가가 먼, 그리고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들 혹은 사회근로자들의  
거주 선택지는 많지 않다.
그 중 하나가 고시원이다
3평이 되지 않은 공간에
어떻게든 책상, 침대, 옷대를 넣기 위해
모든 가구가 겹겹이 놓여있다

내가 산 고시원도 그랬다.
문이 열자마자 보이는 얇고 긴 책상과
그 책상 가장자리에 위치한 옷장,
그리고 그 아래 놓인 침대.
책상, 옷장, 침대의 배치가 'ㄱ'자 형이었다
그럴수밖에 없었다
그 작은 공간에 어떻게든 가구를 넣고
내가 가진 최소한의 짐들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그리고 침대 옆 벽면에 정말 작은 창문 하나
사람이 지나갈 수 없는, 환기조차 잘 되지 않는 창문이 있었다

출처 : 임재우 기자,< 종로 고시원 화재, '창문값'원 4만원이 삶과 죽음을 갈랐다 >,한겨레, 2018.11.09 



그나마 나는 조금 나은 형평이었다
창문으로 조금이라도 환기가 가능하니 말이다
더 열악한 고시원은 창문조차 없다
환기를 위해서는 문을 열어놓을 수 밖에 없다
문이 열면 다 보이는 개인의 공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보인다


이러한 작은 공간은
사람 몸 하나 뉘우기조차 힘들어
'보호'는 사치인가보다

2008년 경기도 용인시 고시원 화재로 6명 사망, 5명 중상
2018년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국일고시원 7명 사망, 11명 부상


가난한 자들에게는 '보호'가 사치가 되어
안전한 공간에서 평안을 느끼는 시간조차 남들보다 짧은가 보다

우리에게 최선의 선택이었던 고시원이
우리에게 준 답은 '앗아감'이었다

가난하여 적은 돈으로 작은 공간에서 사는 것이 최선이었는데
고시원에게는, 사회구조에게는 최선이 아니었나보다




2018년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의 생존자와 사망자이 거주한 방의 차이점은
창문의 여부와 이로 인한 월세4만원의 차이


"창문 없는 방은 월 28만원 정도로 안다. 창문이 있어서 살았다. 창문 없으면 죽었다"

-생존자 일용직 노동자 64세(당시) 임씨

4만원으로 얻은 대피수단
4만원으로 읽은 대피수단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또 선택한다.
아니 강요당한다
월세가 조금이라도 저렴한 방에 살라고.



2022년 1월 4일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건축조례'를 개정했다

'서울특별시 건축조례'의 핵심 내용은
고시원 건설시
"방 면7㎡"를 확보하고
"창문
설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대피환경을 만들라는 것!













정말 최소한의 대피환경
최소한










<출처>
1. 카카오TV, <고시원화재...6명 사망, 5명 중상>, 2008.07.25
2. 아시아경제, <6명 사망 종로고시원 화재...여실이 드러난 고시원 '사각지대'>, 2018.11.08
3. 임재우 기자,<종로 고시원 화재, '창문값'원 4만원이 삶과 죽음을 갈랐다>,한겨레, 2018.11.09
4. 서울신문,<방 7㎡ 이상·창문은 꼭 설치… 인간다운 삶, 부담 커지나요>, 20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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